직지사, 청암사, 수도암을 다녀와서

그럼에도 그 시간이 오래 가슴에 남았음은 무엇때문이었을까, 그 실마리는 청암사에 가서야 어렴풋하게나마 잡을 수 있었다. 설법당에 들지 않은 몇은 그 시간에 직지사 구내 찻집에서 차를 마시면서 실속을 차렸다고 은밀한 쾌재를 불렀겠지만 참으로 딱한 일이다. 하긴 뭐, 본인들로서는 그게 더 나았다 할텐데 내가 뭐라 하겠는가.

3. 청암사

김천은 지명에 `천`자가 들어간다 하여 사람들이 모질고 각박하다고 한다. 택리지에서 그랬다던가. 그러나 그 책만큼이나 부질없는 말이다. 교통이 빈번하여 떠도는 이들이 많은 김천시내부근에나 통용될 말이랄까, 그나마 요즈음처럼 교통이 발달한 시대에는 옛날의 지리적 고찰은 분명 바뀌어야만 할 것이다. 사람들 각박하기로야 서울이 제일 아니겠는가. 더구나 직지사에서 청암사로 가는 길은 김천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싶은 심산유곡이니 그 깊은 산골에 사는 사람들의 심성이야 말해 무얼하겠는가. 모름지기 인성(人性)의 조악함은 지리적인 데서 연유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사람에게서 비롯되는 것이지 싶다.
어떻든 수십구비를 돌아 직지사가 안긴 황악산자락을 빠져나오긴 했는데, 청암사 들어가는 길 또한 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