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양귀자의 작품에서 보다 현실에 발디딘 고민의 흔적이 치열하게 드러난 작품이며 대중적 성공도 함께 거둔 작품으로 주목됩니다. 이 작품은 중산충 출신인 세 여자의 결혼과 절망을 다룬 여성문제 소설인데요. 헌신적인 내조에 힘입어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남편을 둔, 그러나 지금은 알콜중독과 정신적 피해에 빠져버린 영선. 의사 남편에 현실적으로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나 실상 남편의 외도와 무관심으로 껍데기뿐인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경혜. 이혼녀이자 소설가인 혜완인 바로 그 주인공이다. 희생과 봉사를 강요하는 성차별적 이데올로기와 남성중심 사회에서 중산층 주부라는 존재 조건을 가진 이 세 여자들의 결혼생활은 그리 순탄할 수 만은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외도와 무관심을 일삼는 남편과 현실적인 타협을 하고 현재의 안온함을 선택하는 경혜의 모습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혜완과 같이 현실이 주는 억압적 상황을 과감이 털고 일어나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하나 선택할 수 없었던 영선과 같이 죽음으로써 현실의 삶을 포기하든지. 이 작품에서 우리의 관심은 홀로서기를 선택한 혜완에게 집중되죠. 현실의 억압과 비인간적인 부부관계에 대하여 과감히 털고 일어난 혜완은 그러나 순간순간 남편의 친구이자 자신의 대학친구인 석우에게 편안하게 기대고 싶은, 그의 더러워진 옷을 빨아주고 싶은 모성본능을 느낍니다. 그것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인습에 잘 길들여진 자기 안의 또 다른 적일수 있으며 이 작품은 그러한 혜완의 자신과의 싸움을 심도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미덕은 여성문제를 현실과의 절충속에서 적당히 타협하거나, 보수적인 인식안으로 회귀시키거나, 현실을 넘어 오버된 인물의 힘으로 억지스런 해결을 보이고자 하는 어설픈 시도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입니다.
공지영은 주로 80년대의 억압적 현실을 전면적으로 싸워나가지는 못하지만 그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방황하며 앓는 청춘의 아름다움을 그려왔습니…(생략)

다. 이는 당대의 주역이던 세대에 대한 작가의 연민과 안타까움의 표현이었으며 한 시대에 대한 책임의식이었을 것입니다. 공지영의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작품에서는 주인공 정화가 대학원을 중단하고 부모와 싸운 끝에 가출하여 운동권에 뛰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