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비너스[아프로디테]의 도상과 변천

비너스는 사랑과 미와 풍요의 여신이고 ‘아프로디테’라고도 불리운다. 서양미술사에서 비너스는 가장 많이 등장한 그리스 신인데, 비너스로 각 시대별 이상적 여성상을 추측해 볼수 있기 때문이다. 원시 시대에는 풍요와 다산이 중요시되었다. 그래서 그 시대에 이상적 여성상을 조각한 것들을 보면 주술적인 의미가 담겨있어 매우 과장된 표현이 주를 이루었다.하지만 그 후 그리스 시대에 미의 여신 비너스가 등장하였고, 비너스를 가장 이상적 여성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각 시대에 표현된 비너스의 모습을 통해 그 시대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여성상을 추측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구석기시대 말기 유럽의 산악지방에서 최초의 비너스상 조형이 발견되었다.‘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 불리는 이 여인상은 국부를 극단적으로 과장된 사실로 보아, 생산과 풍요의 상징, 또는 주술적 욕망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이 시대의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여성상 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고대 시대부터 비너스의 외향은 비슷하다. 전형적인 서양 여성의 곱슬거리는 머리를 뒤로 단정하게 올린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머리는 고대 그리스에서 지위가 높고 품위 있는 여성들이 주로 하는 헤어스타일이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간혹 자연스럽게 표현된 작품에서는 긴 웨이브 머리를 뒤로 늘어뜨리기도 한다. 또한, 고전 시기를 지나면서 비너스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누드, 혹은 반 누드로 표현된다.

BC 7세기에서 BC 6세기에 걸친 고대 그리스 초기인 아르카익 시기의 비너스는 이오니아풍의 키톤을 걸치고 한 손에는 비둘기나 사과를 든 정숙한 처녀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의 가장 위대했던 시기인 고전시대에는 비너스의 기품과 고귀한 정신을 나타내는데 충실하였다. 당시에 여성의 조각상은 모두 옷을 입고 있었으며 BC 5세기에 제작된 반라의 여성상들은 부정적인 역할의…(생략)

인물들이었다. 따라서 주요 신들 가운데 하나인 비너스가 옷을 입은 정숙한 모습으로 그려졌던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점차 후기로 넘어갈수록 비너스는 정숙함을 내려놓고 보다 관능적인 모습으로 변하였다.

BC 4세기의 조각가 프락시텔레스가 제작한 비너스 상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이 작품은 처음으로 시도된 여신의 누드로서, 당시 사람들에게 매우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여신이 완전한 누드의 상태로 표현되었다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이제는 상당히 통념이 바뀌어서 여성의 누드를 아름다움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뜻 보아도 여성의 특성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상당히 관능적인 작품이다. 또한 남성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 살짝 몸을 움츠리며 손으로 몸을 가리고 있다.

BC 100년경에 만들어진 ‘밀로의 비너스’는 제작연도 상 헬레니즘 시기의 것이지만, 유방과 배꼽 사이가 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비례 등 고전적인 자태에서 고전기의 특징을 매우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매우 관능적이면서도, 당당하고 우아한 고전미를 지녀 단순한 여성적 아름다움 이상의 여신으로서의 권위가 느껴진다. 한편, 비슷한 시기 헬레니즘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 ‘아프로디테와 판’을 보면 매우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체구가 작고 짐승같은 형상을 한 판이 여신에게 동물적으로 구애를 하며 덤벼들고 여신은 급히 중요한 부분을 가린 채 슬리퍼로 판을 내리치려 하는 찰나를 그리고 있다. 판의 뿔을 붙들고 밀어내면서 막는 에로스를 보면 여신이
아프로디테와 판
아프로디테, 즉 비너스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밀로의 비너스와 사뭇 다른 이미지의 매우 인간적인 소재이다. 이처럼 비너스는 신으로서의 면모도 가지지만, 당시에 벌써 여성미의 상징으로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매우 관능적인 소재가 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기독교적 금욕주의 속에서 육체를 죄악과 타락의 근원으로 보았던 중세에는 비너스가 등장한 작품이 만들어질 수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