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Ⅰ. 서론
공익과 인권의 관점에서 법을 평가한다는 것은 법률의 문언만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법률이 현실에서 누구에게 어떤 권리를 부여하고 누구에게 어떤 부담을 지우는지를 검토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임신중지와 스토킹의 문제는 형식적으로 성별과 무관한 법규범처럼 보이더라도 실제 사회에서 여성의 신체적 자유, 자기결정권, 안전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젠더적 분석이 중요하다. 법률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사실만으로 실질적인 평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동일한 법적 규율로 인해 서로 다른 정도의 부담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태죄 문제는 이러한 특징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임신과 출산은 생명의 보호와 연결되는 동시에 임신한 사람의 신체, 건강, 교육, 직업, 경제생활과 가족관계 전반을 변화시키는 사건이다. 과거 형법은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낙태하는 행위를 범죄로 정하고 이를 도운 의사 역시 처벌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목적을 위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 유지와 출산이라는 중대한 부담을 일률적으로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