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조선 말기라는 극심한 내외적 혼란기 속에서 최한기가 집필한 『기측체의』는 기존 성리학의 관념적 한계를 탈피하여 실재하는 세계를 감각하고 인식하려는 치열한 철학적 모색의 산물이다. 그가 천착한 ‘기()’는 성리학에서 말하던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개념과 결을 달리하며, 세계를 구성하는 근원이자 끊임없이 살아서 움직이고 변화하는 생동적인 에너지 그 자체를 의미한다. 책의 제목이 기의 본체를 논한 『신기통』과 기의 작용을 밝힌 『추측록』의 표리 관계를 나타내듯, 그의 기철학은 변화하는 세계를 인간이 어떻게 올바르게 인식할 것인가에 대한 독창적이고 실증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1)1) 진보성, 『동서양 고전의 이해 03강 기측체의 강의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2021, 6쪽
이 철학의 중심에는 형체를 이루는 근본이자 지각의 주체인 ‘신기()’와, 이미 아는 경험적 사실을 바탕으로 미지의 영역을 합리적으로 헤아려 나가는 ‘추측()’이라는 인식 과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은 신기라는 인식 주체를 통해 추측의 단계를 거침으로써 대상의 본래 모습과 온전히 소통()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앎의 과정에는 단번에 이루어지는 신비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