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 칸트 이전의 인식론적 배경
칸트 이전, 서구 철학의 인식론적 담론은 합리론과 경험론의 대립으로 요약된다. 합리론은 이성, 특히 선험적 이성을 지식의 근원으로 파악한다. 데카르트는 명석판명한 관념을 통해 확실한 지식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라이프니츠는 이러한 선험적 지식을 모나드의 내재적 속성으로 설명하며 합리론의 논리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들은 감각 경험의 불확실성을 넘어 이성 자체에서 진리를 발견하려 했다. 반면 경험론은 모든 지식의 기원을 감각 경험으로 본다. 로크는 백지 상태의 마음에 경험을 통해 지식이 새겨진다고 보았고, 흄은 더욱 급진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인상과 관념을 구분하며, 인과관계조차도 관습적인 연합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여 경험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특히 흄의 회의론은 인과관계와 같은 필연적 진리에 대한 합리론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하며, 합리론의 기반을 뒤흔들었다. 이러한 합리론과 경험론의 상호 비판과 한계는 칸트 철학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칸트는 이 두 진영의 논쟁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식론을 정립하고자 했고, 그 결과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