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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 (2025 정시) 실기 합격작 _ 엉겹결
※ 제시어 : 엉겹결
사람들은 대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유를 말하려 한다. 왜 시작했는지, 어떤 결심이 있었는지, 어떤 준비가 있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많은 일들은 엉겁결에 시작되었다. 의도하지 않았고, 계획하지도 않았지만 어느 순간 이미 시작되어 있는 일들. 나는 그 순간들이 인간의 삶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계획은 언제나 단정하지만, 엉겁결은 대개 어딘가 삐뚤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전 한 버스 정류장에서 그런 순간을 경험했다.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사람들은 우산을 접고 펼치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이 고인 도로 위로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작은 파문이 번졌다. 나는 그 풍경을 별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넘어졌다. 비에 젖은 보도블록이 미끄러웠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본 뒤 잠깐 멈췄다.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동시에 망설임도 있었다. 내가 나서도 되는 일인지, 다른 사람이 먼저 움직이지는 않을지. 그 짧은 순간 동안 주변의 공기가 묘하게 느려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나는 엉겁결에 앞으로 걸어 나갔다. 누군가 먼저 움직인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결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넘어진 사람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는 잠깐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고맙다고 말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버스가 도착했고, 사람들은 다시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특별한 일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작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나는 버스 창가에 앉아 그 일을 오래 생각했다.
왜 나는 그때 움직였을까. 대단한 선의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떤 틈이 생겼고, 나는 그 틈 사이로 밀려 들어간 것 같았다. 마치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이. 인간의 행동은 …
왜 나는 그때 움직였을까. 대단한 선의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
엉겁결.
삶은 종종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