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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숭실대 문예창작과 정시 합격작 (8등급 합격)
제시어 : 빛의 무게
도시는 매일 빛을 만들어냈다. 네온사인, 가로등, 휴대전화 화면, 편의점 진열대의 형광 조명까지. 빛은 생산되고 소비되는 자원처럼 취급되었다. 밤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밤의 의미는 변형되었다. 어둠은 더 이상 결핍이 아니라 선택이 되었다. 나는 빛이 사물을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감추는 역할을 한다고 느꼈다. 지나치게 많은 빛은 사물의 윤곽을 흐리게 만들고, 사람의 표정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빛 아래에서는 모두가 동일한 얼굴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어둠이 있는 장소를 찾았다. 빛이 적은 곳에서는 사물의 무게가 다시 생겼고, 사람의 표정이 개별적인 존재처럼 드러났다. 어둠이 있어야 빛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향을 잃은 빛은 폭력에 가까웠다.
아버지는 늘 빛을 싫어했다. 형광등 아래에서는 말을 줄였고, 햇빛이 강한 날에는 커튼을 내렸다. 그는 빛이 사람의 속을 들추어낸다고 믿었다. 속이 들춰진 인간은 얇아지고, 얇아진 인간은 쉽게 닳는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그림자를 모았다. 오래된 사진 속에서, 골목의 틈에서, 사람의 눈 밑에서 떨어지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림자는 대상보다 오래 남는다고 그는 주장했다. 나는 그가 왜 그림자에 집착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빛을 피해 걷는 그의 발걸음이 어떤 종류의 신앙처럼 느껴졌다. 그는 밝음보다 잔존을 믿었다. 빛이 사라진 뒤에도 남는 것들이 있다고 믿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집 안의 전구를 모두 바꾸었다. 노란색, 주황색, 백열등, 심지어는 촛불까지 켜 두었다. 집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놓인 방들처럼 보였다. 빛의 색을 바꾸면 기억의 색도 바뀐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사실인지 시험해보았다. 흰빛 아래에서는 시험지와 …
어느 날 아버지는 집 안의 전구를 모두 바꾸었다. 노란색, 주황색, 백열등, 심지어는 촛불까지 켜 두…
- 이 하 여 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