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에로스의 사다리와 인스타그램의 미장센: 관념과 실재의 괴리
플라톤은 『향연』을 통해 아름다움의 본질을 향한 단계적 상승을 설파한다. 개별적인 신체의 아름다움에서 시작해 모든 신체의 아름다움으로, 이어 제도와 학문,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아름다움 그 자체인 이데아에 도달해야 한다는 논리는 분명 매혹적이다. 이론상으로는 가시적인 현상계를 넘어 영원불멸한 가치를 지향하는 숭고한 여정이다. 그러나 현대의 시각 문화, 특히 SNS라는 거대한 전시장 속에서 이 에로스의 사다리를 목격할 때마다 형용할 수 없는 당혹감을 느낀다.
플라톤은 예술이 이데아를 모방한 현실을 다시 한번 모방하기에 진리로부터 세 단계나 멀어진 기만물이라 비판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예술과 이미지는 아예 `이데아`의 자리를 찬탈한 것처럼 보인다. 인스타그램의 정교한 필터와 구도로 연출된 일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형상`이 되어 대중의 추앙을 받는다. 누군가의 여행 사진이나 전시회 관람 인증샷은 그 순간의 진실한 경험을 전달하기보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박제된 미()에 가깝다. 나는 가끔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기보다 `작품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