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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명성의 해방감이 초래한 책임감의 휘발성
이론적으로 사이버 공동체는 신분, 계급, 외모라는 외적 제약에서 벗어나 오직 `생각`으로 소통하는 민주적 광장이다. 하버마스가 꿈꾸었던 공론장의 현대적 구현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목격한 사이버 공간의 민낯은 이러한 장밋빛 전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익명성이라는 보호막은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돕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인에 대한 날 선 비난을 정당화하는 무기로 변질되곤 한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당혹스러웠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정 사회적 이슈가 터졌을 때, 수천 개의 댓글이 일사불란하게 누군가를 비난하다가도 사실관계가 다른 것으로 밝혀지면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은 채 순식간에 흩어지는 모습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현실 공동체였다면 이웃 간의 눈치나 평판을 고려해 조심스러웠을 법한 발언들이, 가상 공간에서는 아무런 여과 없이 쏟아져 나온다. 이는 현실의 유대가 `책임`을 전제로 형성되는 반면, 사이버 유대는 `감정의 배설`을 공유하는 데 치중되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언제든 로그아웃만 하면 그만이라는 비가역적 단절의 편리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