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서론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은 한국 산업보건사에서 직업병의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사례이다. 비스코스 레이온 생산에 쓰인 이황화탄소가 장기간 작업장 안에 축적되었고 노동자들은 위험성을 충분히 전달받지 못한 채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노출되었다. 노동자의 몸에서 나타난 마비, 언어장애, 기억력 저하, 정신신경계 이상, 신장 손상은 한 사람의 개인 질환처럼 흩어져 보였으나 공정과 노출 조건을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집단 직업병으로 이어졌다. 원진레이온 사건의 의미는 피해 규모가 매우 컸다는 점에만 있지 않다. 노동자와 가족, 의료진, 언론, 시민단체가 직업병 인정과 보상을 두고 장기간 싸우면서 한국의 산재보상 기준, 유해인자 관리 기준, 직업병 판정 방식에 제도적 흔적을 남겼다는 점에 더 큰 무게가 있다.
환경보건학의 관점에서 이 사건은 생산공정 내부의 유해물질 노출과 공장 주변 환경오염 문제가 한 지점에서 맞물린 경우로 볼 수 있다. 공장 외부에서는 악취와 부식 문제가 제기되었고 공장 내부에서는 신경계와 혈관계를 중심으로 한 만성 건강장해가 누적되었다. 몸 안의 손상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병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