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예술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라는 물음 앞에서, 나는 늘 하루 장사를 마치고 셔터를 내리는 순간을 떠올린다. 계산기에 남은 숫자는 분명한데, 묘하게도 그날의 표정과 호흡은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서문시장 골목에서 들리던 버스킹의 박자,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에서 멈추어 선 낯선 이들의 미소,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이 내릴 때 가슴에 남는 잔향 같은 것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힘이 된다. 즐거움과 유익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장사꾼인 나는 본능적으로 유익을 고를지 모른다.
그러나 나이 오십을 넘어 삶을 정리해 보니, 즐거움과 유익은 서로 등을 돌린 개념이 아니라 의지와 감정이 만나는 한 몸의 두 팔이었다. 이 글은 대구에서 자영업을 해 온 중년 남성이 직접 겪은 몇 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이 왜 ‘즐거움이자 유익’인지를 설명하려는 시도다. 학기 중 수업에서 다룬 논의들—형식과 기능의 관계, 도덕적 정서의 힘, 미적 유희의 자유—를 내 삶의 언어로 번역해 보며, 구체적인 작품과 장면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1)1) 국순아. `예술과 의사소통 - 듀이의 예술철학을 중심으로 -.` 철학논총 113.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