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공간은 기억을 지배한다
우리는 흔히 집을 ‘가족이 모여 잠을 자고 밥을 먹는 물리적 공간’이라 단순화해 정의하곤 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집이라는 공간은 그곳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 감정, 갈등, 그리고 환희까지 켜켜이 흡수하며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유기체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벽지에 스며든 오래된 곰팡이 자국, 오후 4시면 어김없이 거실 한복판으로 떨어지는 햇살의 각도, 수만 번의 발걸음을 견뎌내며 미세하게 뒤틀린 문지방의 굴곡까지, 집의 모든 요소는 그 안에서 벌어진 여러 세대의 삶을 조용하지만 또렷하게 증언한다. 서울 종로구 행촌동 언덕 위에 자리한 붉은 벽돌집 ‘딜쿠샤(Dilkusha)’는 바로 그러한 ‘공간적 기억’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 혹은 ‘이상향’이라는 뜻을 가진 이 아름다운 이름과 달리, 이 집은 1923년 일제강점기의 엄혹한 시절부터 해방, 전쟁, 그리고 현대의 재개발 논의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이고 격동적인 장면들을 온몸으로 견뎌냈다.
뮤지컬 `딜쿠샤`는 역사적 사실(Fact)에 상상력(Fiction)을 결합한 ‘팩션(Faction)’ 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