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권근의 작품을 통해 본 설()의 성격과 문답 형식의 의미
1) 설()의 개념과 갈래적 특징
설은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빌려 글쓴이가 품은 생각과 이치를 풀어내는 한문 산문의 갈래이다. 설은 일상에서 만난 장면이나 인물의 말에서 보편적 의미를 끌어내는 데 무게를 둔다. 글의 출발점은 배를 탄 노인, 머리를 민 사람, 소를 타고 가는 사람처럼 작고 구체적인 장면이지만, 글의 도착점은 마음을 다스리는 법, 세상을 대하는 태도,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는 방식 같은 윤리적 성찰이다. 권근의 설 작품이 짧은 대화와 비유를 통해 독자를 설득하는 까닭도 설의 갈래가 깨달음의 형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설은 사대부 문학에서 수양과 교화의 기능을 함께 맡았다. 권근은 문학을 도를 담아 전하는 그릇으로 보았고, 글은 삶의 자세를 바로잡는 힘을 지녀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 관점에서 설은 매우 적합한 형식이다. 논설문처럼 직접 주장만 앞세우면 독자의 마음이 방어적으로 닫힐 수 있으나, 설은 작은 일화를 통하여 독자가 스스로 물음을 품게 만든다. 배 위의 삶이 왜 안전할 수 있는지, 머리를 민 외모가 왜 부끄러움의 근거가 되지 않는지, 느린 소걸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