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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양의무자 기준의 잔재와 권리 위의 침묵]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대한민국 공공부조의 근간이다. 국가가 국민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며, 이는 헌법상 생존권적 기본권에 뿌리를 둔다. 이론적으로 이 정책은 ‘보충성의 원칙’을 따른다. 스스로의 힘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이들에게 부족한 만큼을 지원하여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옥죄어온 ‘부양의무자 기준’은 제도적 정의와 현실의 괴리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생계급여 등에서 이 기준을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했다고 발표했다.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손을 떼던 시대가 끝났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여전히 당혹스럽다. 서류상으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다지만, 의료급여 등 특정 분야에서는 여전히 그 망령이 남아 수급권자의 발목을 잡는다.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점은 `서류상의 가족`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수급 신청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심리적 장벽이다. 연락이 끊긴 지 수십 년 된 자녀의 소득을 확인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을 때, 신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