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제의와 생존이 직결되었던 고대의 집단 유희와 파편화된 현대 체험의 간극
삼국시대 이전의 여가놀이는 영고, 동맹, 무천과 같은 제천행사에서 시작되었다.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하늘에 감사하는 이 자리는 온 마을 사람이 며칠 밤낮을 먹고 마시며 춤추는 집단적 몰입의 장이었다. 농경 사회에서 놀이는 곧 노동의 연장이자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고도의 사회적 장치였다. 기록에 나타난 고대의 놀이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생존을 위한 군사 훈련이나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공부하며 실제 지역 축제 현장을 방문했을 때, 내가 마주한 현실은 당혹스러웠다. 수천 년 전의 제천행사를 계승했다는 축제장에는 공동체적 황홀경 대신 천편일률적인 체험 부스들만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플라스틱 제기를 몇 번 차다가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리고, 어른들은 진행요원의 지시에 따라 기계적으로 줄다리기 밧줄을 잡는다. 삶과 죽음, 풍요와 빈곤의 절실함이 담겼던 고대의 놀이가 오늘날에는 `시간 때우기용 이벤트`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무겁다. 집단적 에너지가 분출되던 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