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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번안의 개념적 층위와 경계의 모호함
번안은 원작의 뼈대인 줄거리는 유지하되 인물의 이름, 지명, 시대적 배경을 자국의 문화적 맥락에 맞게 변형하는 문학적 기법이다. 이론적으로는 완전한 창작과 직역 사이의 중간 지대에 위치하며, 이질적인 외래 문화를 대중이 거부감 없이 수용하도록 돕는 완충 작용을 수행한다. 191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번안 소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 이유는 근대적 문물은 동경하면서도 정서적으로는 여전히 구소설의 관습에 머물러 있던 대중의 이중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함이었다.
문헌으로만 접하던 번안의 개념을 현실의 서점가나 콘텐츠 시장에 대입해 보면 기묘한 괴리감이 느껴져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오늘날의 `리메이크` 드라마나 웹툰의 `현지화` 작업을 보며 이것이 과연 창작인가 모방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지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번안 작가들이 원작의 저작권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당당히 발표했던 행태를 보며, 현대적 저작권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 시대만의 `느슨한 창의성`이 마음에 걸린다.
현장에서 관찰한 사례를 떠올려보면, 고전 문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 현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