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외환 보유고라는 안전장치와 자본 이동의 역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복기하면 핵심은 결국 `곳간에 달러가 없었다`는 점으로 수렴한다. 단기 외채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자 외국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국가 경제는 마비되었다. 반면 2008년 위기는 외환 부족보다는 금융 시스템 내부의 신용 경색이 본질이었다. 이론적으로는 외환 보유고를 넉넉히 쌓고 단기 채무를 관리하면 국가 부도급의 위기는 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과연 보유고의 숫자가 절대적인 방패가 될 수 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글로벌 긴축 기조가 강해질 때마다 요동치는 환율을 보면 숫자가 주는 안도감은 실로 미약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믿었던 수치들이 무색하게도, 시장 심리가 한순간에 얼어붙으면 거대한 보유고조차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리는 광경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자본 시장의 개방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가가 시장의 변동성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어쩌면 하나의 거대한 착각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2. 신용 기반의 팽창이 가린 자산 시장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