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생존을 위한 방어 기제와 실질적 위협 사이의 괴리
의복 착용의 가장 원초적인 기원은 기후와 외부 환경으로부터 신체를 안전하게 보존하려는 `보호설(Protection Theory)`에 기반한다. 이론적으로 인간은 추위, 더위, 습기, 그리고 외부의 물리적 타격으로부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발명했다. 이는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지닌 생리적 취약성을 극복하려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학부 과정에서 이 이론을 접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정작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복장을 관찰할 때면 과연 이 이론이 현대에도 유효한 것인지 의문이 생겨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특히 극한의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얇은 스타킹 하나에 의존해 멋을 낸 차림이나,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가죽 재킷을 걸친 채 땀을 흘리는 이들을 볼 때면 보호설은 그저 박물관에 박제된 이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옷이 신체를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혹사시키고 있다는 점이 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론은 옷이 우리를 따뜻하게 해준다고 가르치지만, 현실의 옷은 종종 우리를 떨게 하거나 숨 가쁘게 만든다.
더욱이 현대인들에게 `보호`의 개념은 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