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신성시되는 자연과 박제된 산책로의 괴리
수업에서 생태적 삶의 이론적 토대를 접하며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친 것은 우리가 흔히 `자연`이라 부르는 공간의 기묘한 인공성이다. 생태학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며 인간을 거대한 생물권의 일원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실제 생활권에서 마주하는 자연은 인간의 편의에 맞춰 철저히 편집되어 있다. 집 근처의 공원이나 산책로를 걸을 때마다 느끼는 당혹감은 여기서 기인한다. 분명 나무가 우거지고 흙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 길의 폭과 경사, 심지어는 발바닥에 닿는 흙의 질감조차 관리자의 손길에 의해 규격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야생의 자연은 본래 거칠고 예측 불가능하며, 때로는 인간에게 위협적이거나 불편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수용하는 생태적 공간은 안전하게 통제된 `전시물`에 가깝다. 산을 오르다 보면 흙을 직접 밟기보다 나무 데크나 야자 매트 위를 걷는 시간이 더 많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흙이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흙 위에 매트를 까는 이 역설적인 풍경 속에서, 우리가 보존하고자 하는 것이 생태계 그 자체인지 아니면 깨끗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