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아이의 침묵이 보낸 신호와 응답의 책임
보육 현장에서 가장 먼저 학습하는 이론은 `영유아와의 신뢰감 형성`이다. 에릭슨의 발달 단계를 빌리지 않더라도, 생애 초기 애착이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사회적 지지대를 형성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실습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이 이론이 교사가 따뜻한 미소를 짓고 다정한 말을 건네면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선형적인 과정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이론만큼 매끄럽지 않았다. 교사가 10명의 아이를 돌볼 때, 물리적인 손길은 10등분 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정서적 갈증은 결코 나뉘지 않는다는 점이 늘 마음에 걸린다.
실제 자유놀이 시간이었다. 활발하게 블록 쌓기를 하는 무리 사이에서 유독 구석에 앉아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는 아이가 있었다. 주임 교사는 다른 아이들 간의 갈등을 중재하느라 분주했고, 그 아이는 마치 교실의 배경처럼 고요했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아동에게 균등한 관심을 주어야 한다고 배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고를 치지 않는 아이`나 `조용한 아이`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었다. 내가 그 아이 곁에 앉아 눈을 맞추었을 때, 아이는 비로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