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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도화된 자율성이 가져온 기성품적 활동의 모순
서구의 자원봉사 역사가 종교적 박애주의와 시민사회의 자생적 성장을 토대로 한다면, 한국은 1990년대 이후 국가 주도의 제도화를 통해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1365 자원봉사 포털이나 VMS와 같은 통합 관리 시스템은 분명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 효율성이 자원봉사의 본질인 `자발성`을 오히려 억제하고 있다는 점이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마주한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러 온 활동가라기보다,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단기 아르바이트생에 가까워 보일 때가 많아 당혹스러웠다. 대입이나 취업을 위해 봉사 시간을 `적립`해야 하는 학생들은 활동의 가치보다 `오늘 몇 시간 인정되느냐`를 먼저 묻는다. 관리자들 또한 사고를 방지한다는 명목하에 봉사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여지를 차단한 채 단순 반복 업무만을 배분한다. 자율성이 생명인 활동에 `시스템`과 `인정`이라는 잣대가 깊숙이 개입하면서, 봉사는 어느덧 규격화된 기성품처럼 변질되었다. 진정한 자원봉사란 현장에서의 예기치 못한 만남과 고민 속에서 탄생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