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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도적 양적 성장이 가려버린 `시간 채우기`의 역설
미국이나 영국의 자원봉사가 시민사회 형성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발아했다면, 한국의 자원봉사는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통해 단기간에 외연을 확장했다. 1365 자원봉사 포털이나 VMS와 같은 통합 시스템은 참여를 편리하게 만들고 활동 기록을 공신력 있게 관리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이론적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풍경은 시스템의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관공서 복도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할당된 시간을 채우는 청소년들이나, 승진 가점을 위해 의무적으로 봉사지를 찾는 직장인들의 모습에서 `자발성`이라는 가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체계적인 관리망이 자원봉사의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봉사가 하나의 `정량적 화폐`처럼 취급되는 현상을 보며 당혹스러웠다. 기록지가 인쇄되는 순간에만 집중하고 정작 현장의 요구에는 무관심한 참여자들을 볼 때면, 이 제도가 오히려 봉사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진심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직 시스템에 입력될 `시간`만이 유일한 보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