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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순수 육종의 낭만과 유전자 가위라는 냉혹한 효율성
인류가 밭작물을 길들여온 역사는 수천 년에 걸친 기다림의 기록이다. 야생의 보잘것없는 풀이었던 테오신테가 오늘날의 거대한 옥수수가 되기까지, 조상들은 형질이 좋은 개체를 선발하고 교잡하며 자연의 속도에 발을 맞추었다. 현대 생명공학 기술인 유전자 가위(CRISPR-Cas9)는 이 수천 년의 세월을 단 몇 개월로 압축한다. 특정 유전자를 정확히 타격하여 원하는 형질을 발현시키는 이 기술은 기술적으로는 완벽에 가깝다.
하지만 이론 수업에서 배운 이 `정밀함`이 실제 재배 현장으로 넘어오는 순간, 묘한 거부감이 고개를 든다. 실험실 안에서 설계된 작물이 노지의 흙을 밟았을 때 보여주는 생소한 생명력은 때로 경이롭기보다 기이하게 느껴진다. 특정 병충해에만 강하도록 설계된 작물이 정작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나 미세한 토양 산도 변화에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면, 우리가 생명의 복잡성을 너무 과신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론적으로는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개량`이라 말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것은 특정 기업의 특허권에 종속된 `닫힌 씨앗`들이다. 농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