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문득 그 사람과 함께 걸었던 길이 떠오른다. 특별한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고, 아주 인상적인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던 순간이었다. 그때는 그 시간이 당연하게 느껴졌고, 오히려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그때의 공기가 이상하게 오래 남아 있다. 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지금도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 순간 나는 ‘이게 사랑일 수도 있겠다’고 막연하게 느꼈던 것 같다.
처음에 나는 사랑을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것이 곧 사랑이라고 믿었다. 상대를 보면 설레고, 자꾸 생각나고, 함께 있고 싶다는 감정이 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감정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진짜 사랑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사랑을 굳이 복잡하게 나눠서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감정이 분명히 있었는데도 관계가 오래 가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를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