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서론
한국현대문학의 기점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국문학을 전공하거나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제와도 같다. 하지만 도서관에 앉아 낡은 학술지들을 뒤적이다 보면, 이것이 단순히 연도를 확정 짓는 학술적 놀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대적`이라는 외피를 입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과거와 싸워왔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사실 `현대`라는 말은 참으로 묘하다. 지금 당장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공기 같은 것이지만, 문학의 역사 속에서 그 시작점을 찾으려고 하면 마치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막막해진다. 내가 언제 아이의 마음을 벗어나 어른이 되었는지 그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까지는 아이였는데 오늘 아침부터 갑자기 어른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사에서 기점을 설정하는 이유는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 우리 문학이 어떤 고통과 환희를 거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함이다. 1894년 갑오개혁이라는 거대한 제도적 변혁 앞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