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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치적 위험의 정의와 변칙적인 시장의 배신
정치적 위험(Political Risk)이란 국가의 정치적 결정이나 급격한 체제 변화가 기업의 자산 가치, 수익성, 운영의 연속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국제경영 이론에서 이는 몰수, 수용, 송금 제한, 혹은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사태로 정의되곤 했다. 하지만 오늘날 미중 무역전쟁의 격랑 속에서 목격하는 정치적 위험은 교과서적인 정의를 비웃듯 훨씬 교묘하고 일상적인 형태로 변모해 있다. 과거에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표현이 비유였다면, 이제는 국가의 안보 논리가 기업의 회계 장부를 직접 수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장에서 지켜본 가장 당혹스러운 지점은 `규제의 투명성`이라는 근대 경제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은 겉으로는 친환경 전환과 공급망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보조금을 줄 테니 기업의 핵심 기밀인 수율(yield) 자료와 영업 비밀을 제출하라는 요구가 깔려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기분일 것이다. 보조금을 받자니 기술 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