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동남아는 나에게 오랫동안 ‘여행지’의 이미지로 더 익숙한 공간이었다. 휴양지, 저렴한 물가, 이국적인 풍경과 같은 단편적인 키워드들이 먼저 떠올랐고, 그 안에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나 사회 구조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학교에서 배운 동남아 관련 내용 역시 식민지 지배와 독립이라는 큰 흐름 위주의 단순한 서술에 그쳤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집단으로 묶여 설명되었고, 특히 화교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상인 집단’이라는 이미지로만 인식해 왔다. 왜 그들이 그러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는지, 어떤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집단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아편과 깡통의 궁전』이라는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낯섦과 동시에 묘한 궁금증이었다. ‘아편’이라는 단어는 식민지 시대의 착취와 중독, 폭력적인 지배를 떠올리게 하고, ‘깡통’이라는 표현은 일상적이면서도 산업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궁전’이라는 단어가 결합되면서, 이 책이 단순한 역사 서술이 아니라 어떤 대비와 아이러니를 담고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