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파리에 가 본 적은 없다. 대신 유튜브 영상과 사진 속에서 반복해서 본 장면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유리 피라미드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긴 줄을 서서 입장하는 관광객들, 그리고 어딘가 작아 보이는 그림 앞에 빽빽하게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그 공간을 ‘유명한 곳’ 정도로만 받아들였던 것 같다. 특히 루브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몇 개의 작품 이름뿐이다.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 솔직히 말하면 그 작품들이 왜 중요한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고, 단지 ‘유명하니까 알아야 하는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내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지와 정보만 소비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배운 미술사는 시험을 위한 지식으로 남아 있었고, 미디어 속 박물관은 늘 ‘봐야 할 것들이 많은 곳’으로만 그려졌다. 그래서 박물관은 흥미롭기보다는 약간은 부담스럽고,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제로 전시를 보러 갔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작품 하나하나를 천천히 보기보다 ‘얼마나 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