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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예니 에르펜베크)
예니 에르펜베크의 `카이로스`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순전히 제목이 주는 묘한 이끌림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철학 수업에서 `카이로스`라는 단어를 처음 배웠을 때, `크로노스`와는 다른, `결정적인 순간`을 의미한다는 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지금,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독일 현대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카이로스`라는 제목이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와 예니 에르펜베크라는 작가의 명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카이로스`는 1980년대 동독, 몰락해가는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펼쳐지는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열아홉 살 소녀 이레네와 서른네 살의 유부남 한스. 그들의 만남은 우연처럼 시작되지만, 곧 강렬한 욕망과 집착, 그리고 파괴적인 관계로 이어진다. 소설은 이레네와 한스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며, 두 사람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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