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며칠 전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한 할머니가 같은 번호의 버스를 몇 번이나 놓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기사에게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묻다가도 금세 목적지를 잊어버리는 듯 보였다. 옆에 서 있던 사람들은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누군가는 전화를 걸어 보호자를 찾으려 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불편해졌다. 안쓰러움 때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저 상황을 감당해야 하는 가족은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치매를 철저히 개인과 가족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뉴스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둔 자녀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도 비슷했다. 나는 그 가족의 희생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족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돌봄은 당연히 가족의 몫이라는 생각이 내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자식을 돌보고, 자식이 늙은 부모를 돌보는 모습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매는 불행한 개인의 병이자, 그 가족이 감당해야 할 무거운 짐이라고 막연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복지국가에 대해 배우면서 생각이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