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뉴스를 보다 보면 판결 소식이 종종 등장한다. 그때마다 화면 속 자막에는 “법에 그렇게 규정되어 있다”는 말이 반복된다. 나는 그 문장을 들을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든다. 상식적으로는 조금 아쉽거나 답답하게 느껴지는 판결인데도, 법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그 순간 법은 마치 단단한 벽처럼 느껴진다. 글자로 적혀 있는 문장이 사람의 판단과 감정보다 앞서는 장면을 보며, 나는 법이란 결국 종이에 쓰여 있는 규칙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다.
그런데 대학에서 법학 기초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모든 법이 조문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판례가 반복되면서 형성된 원칙이나 오랜 관습이 실제 재판에서 법처럼 작동한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 나는 적지 않게 당혹스러웠다. 글로 명확히 적혀 있지 않아도 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낯설게 느껴졌다. 동시에 흥미도 있었다. 법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살아 있는 규범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성문법과 불문법이라는 구분이 단순한 시험 범위가 아니라는 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성문법은 입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