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병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은 진료실이 아니라 대기실이다. 몇 해 전 가족이 갑작스럽게 입원했을 때, 나는 병원 복도에서 보내는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길다는 사실을 처음 실감했다.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보호자들은 말수가 줄어 있었고, 휴대전화를 쥔 손은 괜히 더 바빠 보였다. 환자보다 보호자가 더 지쳐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의사에게서 치료 계획을 듣는 시간은 짧았지만, 그 이후에 남는 시간은 대부분 기다림과 걱정으로 채워졌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치료만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라, 불안과 고민이 동시에 머무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막막함이었다. 치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들었지만,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도 명확하게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치료비는 어느 정도 나올지, 퇴원 후에는 누가 돌봐야 할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은 보호자들끼리 조심스럽게 나누는 이야기로만 남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치료는 정말 의사와 간호사만으로 충분한가라는 질문이다. 몸의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만으로 환자와 가족의 삶이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