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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병자들 상 (헤르만 브로흐)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접한 실존주의 철학 서적들을 탐독하며 인간 존재의 부조리함과 의미의 상실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적이 있다. 당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나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 등을 읽으며 느꼈던 짙은 허무감은, 헤르만 브로흐의 `몽유병자들`을 읽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 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변혁기를 배경으로, 가치관의 붕괴와 혼돈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 군상을 그린 이 소설은, 단순한 문학 작품을 넘어 철학적 사유를 자극하는 심오한 텍스트였다.
소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인물과 시점을 통해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제1부 `파제나우 또는 낭만주의 1888`은 빌헬름 시대의 보수적인 가치관에 젖어 있는 폰 파제나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전통적인 가치와 질서를 맹목적으로 신봉하며,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그의 낭만주의적 이상은 현실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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