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는 길을 외우는 것이 당연한 능력처럼 여겨졌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파란 선이 없으면 낯선 동네는커녕 익숙한 길에서도 쉽게 길을 잃는다. 지도 앱이 알려 주는 대로 걷다가 배터리가 갑자기 꺼지는 순간이면, 잠시 멈춰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게 된다. 예전에는 길을 잘 찾는 사람이 능숙한 사람처럼 보였을 텐데, 지금의 나는 내비게이션을 잘 쓰는 사람이 능숙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런 순간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정말 능숙해진 것일까, 아니면 기술에 의존하게 된 것일까라는 질문이다.
계산기를 쓰지 않으면 간단한 암산조차 버거워지는 순간도 자주 있다. 중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머릿속으로 금방 계산하던 숫자들이 이제는 계산기 없이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자동 번역기나 AI 요약 서비스 없이는 외국어 자료를 읽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문장을 하나하나 해석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요약된 내용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분명 더 편리해졌고,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스스로 무언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