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병원 예약을 잡기 위해 전화와 앱을 번갈아 보며 몇 주를 보냈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곧 연락이 오겠지”라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함이 쌓였다. 진료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는데도 가장 빠른 예약 날짜는 두 달 뒤였다. 그 날짜를 확인하는 순간,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버린 느낌이 들었다. 아프다는 사실보다도, 아픈 상태로 두 달을 버텨야 한다는 현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때 나는 내가 아픈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멈춰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슷한 감정은 취업 서류 결과를 기다릴 때도 느꼈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나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메일과 채용 사이트를 새로고침하며 결과를 확인한다. 주변에서는 “원래 기다리는 게 제일 힘들다”라며 위로를 건네지만, 그 말이 크게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른다는 불확실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내 인생은 잠시 멈춰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고, 그 필수적인 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