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서론
장애인복지 실천에서 ‘당사자주의’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이 마치 너무 당연해서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원칙처럼 보였던 적이 있다.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너무 자연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복지 현장에서 일어나는 장면들을 떠올려 보면, 이 당연한 원칙이 늘 당연하게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종종 실감하게 된다. 예전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 장애인 분에게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분은 이미 스스로 하려고 하는데, 내가 괜히 옆에서 먼저 손을 뻗어 그 의지를 막아버린 상황이었다. 그때 느꼈던 미묘한 부끄러움과 어색함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내가 선의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선의가 항상 올바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당사자의 선택과 의지를 가려버리는 결과를 만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
그 이후로 장애인복지 실천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도와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구조 속에서는 도대체 누구의 의견이 중심이 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중심에서 배제되거나 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