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서론
아침 일찍 지나던 동네 골목에서 손에 집게와 낡은 자루를 쥔 채 종이박스를 줍고 있는 노인을 본 적이 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그 모습이 유난히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힘겹게 허리를 굽히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 자루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종이들, 그리고 맞은편에서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모두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저 ‘열심히 사는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곧 그 생각이 불편해졌다. 무엇이 저분을 이 새벽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는지, 왜 나이가 들었음에도 쉬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하철역 앞, 아파트 경비실, 학교 앞 횡단보도, 시장 입구 등에서 쉽게 만나는 노인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들은 교통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물건을 나르고, 주차를 관리한다. 익숙한 장면이지만, 그 익숙함 속에는 어딘가 씁쓸함이 스며 있다. 단순한 ‘노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노년의 삶을 지탱해주는 사회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졌다. 나 역시 언젠가는 늙을 것이고, 부모 세대 또한 이 사회 속에서 노년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