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서론
가족상담에서 비밀보장은 너무도 당연하고 기본적인 원칙처럼 들린다.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가 안전하게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상담이라는 공간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안전함’이다. 누군가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고, 평가도 받지 않으며, 그저 나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비밀보장은 마치 상담이라는 공간을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처럼 느껴진다. 만약 그 기둥이 무너진다면, 상담이라는 공간 자체가 신뢰를 잃고 붕괴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예전에 친구에게 아주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 친구를 누구보다 믿고 있었고, 내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내가 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큰 배신감을 느꼈다. 그 이후로 나는 쉽게 사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게 되었고, 관계를 맺을 때마다 ‘이 사람은 과연 내 이야기를 지켜줄까’라는 의심을 먼저 하게 되었다. 그 경험을 떠올릴 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