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서론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떠올리며 가장 자주 꺼내는 말이 ‘빨리 빨리’라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조금은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한 씁쓸함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나는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들기까지, 나의 하루는 늘 ‘속도’에 쫓기듯 흘러간다. 알람이 울리기 무섭게 일어나야 하고, 늦지 않기 위해 버스를 뛰어야 하며,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가 조금만 늦게 나오면 이유 없이 조바심이 난다. 누군가가 “왜 그렇게 급해”라고 묻는다면 명확한 이유를 대기도 어렵다. 그저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가끔 내가 무엇을 향해 그렇게 달리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시험, 과제, 일정, 약속, 메시지 답장까지 모든 것이 ‘빨리 처리해야 할 일’로 목록화되어 있고, 그 목록을 지우는 것이 하루의 목표가 된 지 오래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빠르게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마치 보이지 않는 신호에 맞춰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 하나 멈추지 않고, 뒤처지지 않으려는 눈빛으로 바삐 걷는 모습은 어느새 너무도 익숙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