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서론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유전자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사례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말해 약간의 불쾌함과 당혹감이 동시에 들었다. 회사가 사람을 뽑는데 DNA 정보까지 들여다보려고 한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요즘 기업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점점 과학적객관적 지표를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건강과 직무 적합성을 이유로 각종 검사가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유전자 정보 요구라는 행위가 마냥 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이 문제를 사적자치 원칙이라는 틀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다른 고민이 찾아왔다. 사적자치는 민법이나 헌법 강의에서 늘 접하던 개념이지만 실제 인간의 삶 속에 등장할 때는 그 의미가 훨씬 복잡하게 느껴진다. 원칙적으로는 개인과 개인, 또는 기업과 개인이 서로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이고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는 두 당사자의 힘이 똑같지 않다는 사실이 자주 드러난다. 특히 취업을 원하는 개인과 기업 사이에서 힘의 불균형은 더욱 크다. 그래서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