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서론
어릴 적 나에게 그림은 ‘잘 그려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말로 다 하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 꺼내 놓는 작은 창구와도 같았다. 아무 의미 없이 크레파스를 쥐고 종이를 어지럽히듯 선을 긋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집 모양을 그리고, 옆에는 꼭 창문 하나를 더 그려 넣었다. 그 창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때의 나는 명확히 알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내가 바깥세상과 이어지고 싶어 했던 마음의 표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되어 돌이켜 보면 그 그림 속에는 당시의 감정, 불안, 기대, 외로움, 설렘 같은 것들이 조용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그림을 그린다”라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최근 어린 조카가 색연필을 쥐고 바닥에 엎드려 아무 형태도 없는 선을 반복해서 긋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어른의 눈에는 낙서처럼만 보이는 그림이었지만, 그 아이는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한참을 집중하고 있었다. 중간에 누군가 “그게 뭐야”라고 묻자 아이는 잠시 멈췄다가 “그냥 내 마음이야”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아동미술이 단순한 놀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