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아동의 그림을 처음 접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나는 그것을 하나의 ‘작품’이라기보다는 단순히 결과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릴 적 미술 시간에 크레파스로 그렸던 나의 그림들, 방 한쪽에 쌓여 있던 스케치북, 가족이 보고는 “잘 그렸네” 혹은 “왜 이렇게 엉망이야”라고 말하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 당시의 나는 그림을 잘 그린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를 자연스럽게 구분했고, 색이 선을 벗어나지 않고 형태가 또렷할수록 ‘잘 그린 그림’이라고 믿고 있었다. 동생이나 조카가 장난스레 끄적인 낙서 같은 그림을 보여줄 때도,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읽기보다는 얼른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로 그쳤다. 그림이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라는 사실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그저 눈에 보이는 모양만으로 판단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아동미술을 보는 관점’이라는 주제를 접하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단순한 기준으로 아이들의 그림을 바라보았는지 깨닫게 된다. 아이들의 그림은 단순한 색과 선의 조합이 아니라, 그 순간 아이가 느끼고, 생각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녹아 있는 하나의 언어라는 사실이 점점 와닿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