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나는 몇 해 전 가족이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경험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의사는 전문적인 의학 용어를 사용하여 치료 계획을 설명했는데, 가족 중 누구도 그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설명이 끝나고도 머릿속은 복잡했고,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친 듯한 답답함이 남았다. 더구나 의사에게 다시 질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분위기상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우리 가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나는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 현장에서 얼마나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실감했다. 환자는 아프고 불안하며, 가족은 당황하고 두렵다. 이런 상태에서 전문 지식을 지닌 의료진과 대등하게 대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가족은 종종 소극적 존재로 머문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지식의 차이, 권위적인 분위기, 상황의 긴급성 때문에 침묵하게 된다. 나도 그 상황에 있었기에 환자와 보호자가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혹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하지 못한 채 결정에 참여하는 현실을 직접 경험했다. 그때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