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보편적 교육과정’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어릴 적 유치원에서 비슷한 활동을 반복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침마다 같은 노래를 부르고,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미술, 체육, 언어 활동을 차례로 경험했던 장면들이다.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모든 아이들이 같은 속도와 같은 방식으로 배워야 한다는 묵시적인 전제가 깔려 있었던 것 같다. 그 안에서 잘 따라가는 아이들은 문제없이 지내지만, 조금이라도 속도가 느리거나 관심사가 다른 아이들은 쉽게 뒤처지거나 소외되곤 했다. 나는 이 지점을 떠올리며 ‘보편적 교육과정이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다.
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조카를 보면서였다. 조카는 또래보다 언어 발달이 다소 늦은 편이었는데, 어린이집에서 진행되는 활동을 따라가지 못해 종종 속상해하곤 했다. 교사는 최대한 도와주려 했지만, 여러 명의 아이를 동시에 살피는 상황에서는 한 아이의 개별적 필요를 끝까지 챙기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며 나는 보편적 교육과정이 제공하는 ‘모두를 위한 동일한 기회’가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