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박경리의 『불신시대』는 전후 한국 사회의 변화와 그 속에서 여성들의 역할 변화를 여성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50년대 이후 한국이 겪은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동 속에서 여성들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사회는 새로운 희망과 함께 불신으로 가득 찬 현실을 드러내며, 특히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제도적 차별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조선시대와 달리 전후 시대는 산업화와 도시화, 교육 기회의 확대 등으로 여성의 역할이 점차 변화하였다고 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 사회구조가 강고하였다. 1953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당시 여성의 전체 노동력 참여율은 35%에 머물렀으며,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은 여전하였다. 이에 반해 이 시기 여성들은 가사와 경제 활동을 병행하면서 가족과 사회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였다. 『불신시대』에서는 이러한 시대상과 함께 여성의 내부적 갈등과 사회적 제약, 그리고 이들이 겪는 희생과 고통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작품은 전후 사회의 혼란 속에서도 여성의 생존 전략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자아 형성의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