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I. 서론
사무실에서 여성 상사를 본 기억이 언제였는지 떠올려보면, 나는 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했던 회사에서는 여성 팀장이 있었지만, 정작 그 위의 임원은 전부 남성이었다. 정규직으로 입사한 첫 직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팀원 중에는 여성이 절반이 넘었지만, 팀장을 포함해 결정권자들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여성들은 ‘언젠가 나도 올라갈 수 있겠지’라는 기대보다는 ‘여기까지가 현실이겠구나’ 하는 체념을 먼저 배우게 된다. 그 체념을 조용히 강요하는 것, 그것이 바로 유리천장의 시작이라고 느꼈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라는 단어는 이미 수많은 담론에서 다뤄졌고,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알고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그 단어가 내 일상에, 또는 주변 여성들의 직장생활에 실질적인 장벽으로 작용할 때 느껴지는 무력감은 생각보다 크다.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선명한 이 벽은 때로는 연봉 협상 자리에서, 때로는 인사평가에서, 또 때로는 회식 자리의 미묘한 분위기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오히려 예민하다는 평가를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