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새 학기 동아리 면접을 기다리며 복도 끝 의자에 앉아 있었던 저녁이 떠오른다. 형광등이 약간 깜빡였고 손바닥에 땀이 맺혀 있었다. 심호흡을 길게 하려 했지만 배가 더 부풀어 오르는 느낌만 남았다. 머릿속에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장이 낡은 자막처럼 계속 떠올랐다. 소개를 어떻게 시작해야 덜 가벼워 보일지, 지난 학기의 성적을 말해야 할지, 아니면 방학 동안 했던 작은 프로젝트를 말해야 할지 마음이 갈라졌다. 표정은 최대한 평온하게 유지하려 했지만 입가가 자꾸만 당겨졌다. 그 순간이 오래 남아 있다. 그 장면이 오래 남는 이유는 단순한 긴장 때문만은 아니다. 내 안에서 이름표를 고르는 일이 항상 어렵기 때문이다. 전공생, 아르바이트생, 팀 프로젝트 리더, 집에서는 형 혹은 동생이라는 서로 다른 이름이 동시에 떠오르면 한 문장으로 나를 묶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심장은 빨리 뛴다. 말은 느리게 나온다. 나는 그 간극을 부끄러워한다.
이 감정의 뿌리는 더 이전에 있다. 첫 아르바이트 첫날 계산 실수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이불 속에서 한참을 버티던 밤이 있었다. 그날 나는 ‘나는 믿을 만한 사람인가’라는 말을 자꾸 되뇌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