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프로이트를 떠올릴 때 나는 먼저 교과서의 이름보다 자취방의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발표 전날이면 나는 꼭 책상을 정리한다. 먼지가 보이지 않는데도 서랍을 비우고 파일명을 정리한다. 해야 할 슬라이드는 남아 있고 시간은 줄어드는데, 손은 묘하게 청소에 붙잡힌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당혹감이 든다. 왜 하필 지금일까. 나는 발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상하게도 정리 욕구는 마감 직전에만 커진다. 시험 직전 갑자기 배가 아픈 경험도 비슷하다. 손은 펜을 쥐고 있는데 마음은 도망갈 구멍을 찾는다. 누군가 사소한 질문을 했을 뿐인데 내가 과하게 날카롭게 반응한 날도 있었다. 돌아와서 생각하면 미안함이 크다. 그때의 표정과 공기가 오래 남는다. 이 몇 컷의 장면이 나를 프로이트 쪽으로 데려온다.
왜 나는 그때 그렇게 반응했을까. 나는 게으르지 않다고 믿는다. 그럼 왜 정리는 꼭 마감에만 시작되는가. 그 반응은 언제부터 반복되었을까. 중학교 발표 때도 비슷했다. 대본을 외우기 싫어 손글씨를 고치고 제목을 세 번 바꾸었다. 그 반복은 관계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급해질수록 주변에 예민해지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