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명절 전날 저녁, 가족 단톡방 알림이 연달아 폭죽처럼 터졌던 순간을 떠올린다. 다들 바쁘다고 말하면서도 “모일 건 모이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합의처럼 흘러나왔다. 나는 자취방 싱크대 앞에서 라면 물을 올려 두고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그때 문득 생각이 스쳤다. 예전처럼 한집에 모여 살지도 않고, 같은 시간에 같은 밥상을 마주하지도 않는데 우리는 왜 여전히 서로를 부르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가이다. 교육은 학교와 학원, 온라인 콘텐츠로 흩어졌다. 부양은 장기요양보험과 방문돌봄 같은 제도로 나뉘었다. 경제는 각자의 소득과 개인 재무로 분절되었다. 가족이 오랫동안 맡아 온 기능이 사회 제도와 시장으로 이관되면서, 가족의 무게는 가벼워진 듯 보이고 동시에 존재 이유는 더 모호해진 듯 보인다. 그렇다고 연결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밤늦게 “잘 들어왔니”라는 한 줄 메시지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병원에 함께 가 주는 사람의 온기가 있다. 사진첩 속 오래된 레시피와 방학 때 들었던 사투리가 내 정체성의 어딘가를 여전히 붙잡아 준다는 감각이 있다. 그래서 질문이 생긴다. 많은 기능이 빠져나간 뒤에도 가족이 유지된다면…